‘폐배터리 시장’ 제2의 혁신산업 대두···세계 각국 경쟁 돌입

배터리 재 활용시 생산 비용 30~60%↓
세계 각국 폐배터리 산업 경쟁 돌입
국내,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앞장
정부 CE 9 프로젝트 구축, 산학연 논의 지속 필요

폐배터리 시장이 본격적으로 태동하고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값의 약 40%를 차지하는 고가인데 폐배터리 산업으로 경제성과 환경개선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 기업들은 폐배터리의 재활용이 제2의 혁신산업으로 보고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 전기차 폐차 대수 2040년 급증, 배터리 재활용 시 생산 비용 30~60%↓

폐배터리 시장 성장은 수명을 다한 전기차 폐차 증가와 직접 연결돼 있다. SNE 리서치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폐차 대수는 2025년 56만 대에서 2040년 4227만 대로 폭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500회 정도 충전하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진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가 300~400㎞임을 감안할 때 15만~20만㎞ 주행 후에는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2030년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300만 대, 전기차 폐배터리의 발생량은 10만 7500개로 추산한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평균 7~10년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2018년부터 사용 후 배터리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차량용 배터리는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등의 금속류와 전해질로 구성돼 있다. 매립하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소각하면 폭발하거나 유해가스를 방출한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은 친환경 차 폐배터리를 산화코발트, 리튬, 망간, 니켈 등을 1% 이상 함유한 유독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폐배터리 이용 방식은 크게 재활용과 재사용으로 나뉜다.

재활용은 폐배터리를 셀 단위로 분해해 희유금속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주로 소형 IT 기기가 대상이 된다. 원재료 수입 대체로 인한 비용이 절감되고 24kWh급 NCM 배터리 팩 재활용 시 금속을 재판매해 배터리 팩 1개당 약 600~900달러의 매출이 기대된다. 벨기에의 유미코어, 국내 성일하이텍 등 배터리 재활용 전문 업체가 사업을 영위 중이다.

재사용은 폐배터리를 모듈 및 팩 단위에서 ESS(에너지저장장치) 및 UPS(무정전전원장치)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주로 대형 배터리를 대상으로 하며 모듈 및 셀을 해체하지 않아도 되므로 해체 과정이 안전할 뿐 아니라 추가 비용도 적게 발생한다. 완성차 및 배터리 업체들이 신규 비즈니스 모델로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폐기 처리 후에도 70~80%의 용량은 재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폐배터리 재활용 시스템이 완비되면 전기차 배터리의 생산 비용을 30~60% 인하하는 것도 가능하다. 환경문제,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고 하는 까닭이다.

▶ 세계 각국 기업들 폐배터리 산업에 뛰어들어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배터리 재활용 인프라에 2050만 달러를 투자하고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기업에 31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재활용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 투자와 배터리 화학 중금속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미국 기업 중 재활용 배터리 생태계 구축의 선두 주자인 테슬라는 2019년 4월 자체 배터리 재활용 설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네바다 공장에서 EV배터리 재사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상하이에도 재활용 시설을 갖춘 기가 공장을 고려 중이다.

중국은 ‘배터리 재활용 국가 지침’ 제정을 통해 재활용 기업 및 기술 육성에 나서고 있다. CATL은 6조 원 규모의 배터리 제조 산업단지 프로젝트에 투자해 폐배터리 재활용 능력까지 갖춘 종합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EU는 2020년 약 4만 톤이었던 폐 리튬이온 배터리가 2025년에는 7만 5천 톤, 2030년에는 24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에 EU는 폐배터리 재활용과 관련된 새로운 배터리 법안을 지난 4월 채택했다. 배터리 법에는 재활용원료 비율 강화, 배터리 수거, 탄소발자국 등의 규정이 포함된다.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 등 이동식 배터리부터 전기차, 전기자전거, 전기 스쿠터 등 경량 운송수단용, 산업용 등 모든 종류의 배터리가 적용받는다.

해당 법률 시행 8년 후부터는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 소재 사용을 의무화했다. 2030년부터는 코발트 12%, 납 85%, 리튬 4%, 2035년부터는 코발트 20%, 납 85%, 리튬 10%, 니켈 12%를 재활용 원료로 충당해야 한다.

일본은 자동차사 연합이 전기차 폐배터리 재자원화 협력 기구 설립 및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2018년 3월 후쿠시마현에서 효율이 80% 이하로 떨어진 배터리를 개선해 전기차 배터리용으로 재판매하고 있다. 도요타 역시 하이브리드용 중고 배터리를 편의점에 보조전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한편 폐배터리에서 금속원료를 추출해 각종 산업 분야에 재활용하고 있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전기차 배터리를 수거해 자사 공장에서 축전지로 재사용하고 시즈오카현의 포레스트 컨트리클럽은 전기차 폐배터리를 전기 골프카트에 재사용했다.

▶ 국내,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 앞장서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 중국 코발트 생산 기업인 화유코발트와 폐배터리 합작 법인을 설립해 폐배터리에서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하고 있다.

삼성SDI는 2020년 천안·울산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재활용해 배터리 소재를 추출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재활용 전문 업체가 수거한 뒤 공정을 거쳐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같은 광물 원자재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추출된 원자재는 삼성SDI에 공급되는 원부자재 제조 공정에 재투입된다. 헝가리, 말레이시아 등의 해외 공장에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재활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최초 개발한 수산화리튬 추출 기술을 앞세워 폐배터리에서 고순도 광물을 뽑아내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2월 성일하이텍과 폐배터리에 포함된 양극재 금속인 리튬∙니켈∙코발트 등을 회수하는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한 수산화리튬 회수 기술과 성일하이텍이 보유한 니켈·코발트·망간 회수 기술을 결합한 국내 합작법인을 연내 설립하고 2025년 상업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 정부 CE 9 프로젝트 구축, 산학연 논의 지속 필요

정부는 ‘CE 9 프로젝트’를 통해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기반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태양광 가로등, 전기차충전시스템 등 재사용 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재사용 배터리 안전성 검사제도를 마련한다. 현재 제주·나주·울산에 운영 중인 재사용 센터를 보령 등에 추가로 조성하고 재활용을 늘리기 위해 포항에 배터리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아울러 정부는 제2차 경제 규제혁신 TF회의를 통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의 각종 폐기물 규제를 면제하는 한편 재사용을 위한 안전 검사제도를 마련하고 배터리를 전기차와 별도로 등록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은 재활용 원료가 되는 폐기물의 보관 용량을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의 30일분 이하로 보관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재활용 업계는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보관기준을 현행 30일에서 180일로 늘려 폐배터리 재활용업계의 부담을 완화했다.

유제철 환경부 차관은 그간 관련 법령이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의 발전 속도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산업계에서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찾아내 합리화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은 다양한 기업들로 구성돼 있어 특정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베터리 재활용 생태계 활성화 및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산학연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지속할 필요가 있고 필요시 논의 내용을 입법으로 연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테크월드뉴스 서용하 기자

https://www.epn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4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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