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美 SES 개발 중인 리튬메탈배터리 주목
주행거리 30% 증가·12분 만에 90% 충전 가능
SES, 현대차·혼다·GM 공동개발 A샘플 단계
2025년 반고체 배터리 탑재 전기차 출시 기대
굴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자체 배터리 생산 필요성이 거론된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성능 개선·원가 절감을 위해서는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당장 배터리 직접 양산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지만, 차세대 배터리 개발 투자는 병행하고 있다. 배터리 기술력 없이 외부 조달에 의지하는 것과 원천 기술은 있지만, 사업성을 고려해 아웃소싱을 맡기는 것은 천지 차이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주목하는 건 ‘반고체 배터리’로 불리는 리튬메탈배터리다. 현재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중간 단계로 보면 된다. 반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30% 길고 12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90%까지 충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현대차 그룹이 미래차 1등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전환뿐만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개발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21년 현대차그룹은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 업체인 미국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에 1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했다. 이 업체에는 현대차, SK, LG 등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GM, 혼다, 상하이차, 지리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자금을 태웠다.
지난 8일 SES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현대차·GM·혼다와 공동 개발한 100Ah 리튬메탈배터리가 연구개발협약(JDA) A샘플 단계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배터리 개발 단계에서 A샘플은 시제품이며, B샘플은 차량에서 작동하는 엔지니어링 샘플 단계, C샘플은 상용화에 가까운 배터리다.
테슬라는 2020년 배터리 내재화를 선언하고 자체 생산 설비를 구축해왔다. 미국 텍사스와 네바다 공장에서 원통형 ‘4680 배터리’를 자체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리튬 정제시설과 양극재 제조시설을 짓겠다는 플랜을 추가하며 배터리 원자재 확보까지 나섰다. 테슬라는 텍사스에 올해 말 리튬정제소를 지을 예정이다. 그 옆에 연 60GWh 규모의 양극재 공장도 짓는다. 시운전은 오는 2분기 중에 시작한다.
BYD는 배터리와 전기차를 모두 자체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다. BYD의 모태 ‘BYD실업’은 휴대폰 배터리 회사였다. 배터리 회사로 출발해 전기모터, 차량용 반도체, 배터리까지 전기차에 들어가는 모든 핵심부품 내재화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BYD는 점유율 16.2%로 2위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 자국 배터리를 단 전기차가 날개 돋친 듯 팔린 영향이다. 올해 1분기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 5대 중 2대가 BYD였다.
도요타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다른 업체들이 리튬이온배터리, 리튬메탈배터리 등에 주목할 때 가장 진보된 단계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도전한다는 목표다. 2000년 이후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보유 세계 1위 업체는 도요타다. 현재 전기차 시장에서 도요타는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요타는 지난 4월 사토 고지 신임 사장 취임 이후 ‘전기차 퍼스트’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앞선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을 통해 시장 판도를 한 번에 뒤집겠다는 복안이다.
SES는 중국 상하이, 한국 충주에 A샘플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2024년 B·C 샘플 단계를 거쳐 2025년에는 셀 생산에 착수한다는 목표다. 올해 2월에는 충청북도·충주시와 1956억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충주 연구 시설과 시제품 생산 라인 시설을 추가 확장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업계는 이번 협약을 통해 SES가 현대차그룹과 협업을 강화할 것으로 본다. 개발 일정이 목표대로 이루어진다면, 늦어도 2025년 무렵에는 반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 기아 전기차 출시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배터리 내재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폭스바겐과 테슬라다. 폭스바겐은 자회사 파워코를 통해 직접 배터리셀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3월 폭스바겐은 파워코와 함께 캐나다 온타리오에 연간 20GWh 규모의 배터리셀 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해외에 설립되는 폭스바겐의 첫 ‘기가팩토리’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 연간 240GHh 규모의 6개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